[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칼 세이건
과학은 실험을 하고 증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천문학은 관찰할 대상이 너무 방대하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결과를 알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리기 때문에 얼마 전까지도 과학이라기보다 오히려 철학의 범주에 들었다. 그러다가 천체망원경이 발명되고 관찰된 자료가 모이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과학적인 학문이 되었고,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철학에서 완전히 벗어나 어엿한 자연과학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워낙 큰 것을 다루다 보니 일반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칼 세이건은 그런 어렵고 재미없는 천문학을 누구나 좋아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소개했다. 1980년에 나온 '코스모스'라는 다큐멘터리 TV 프로그램은 60여 국가에서 방영되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업적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과학의 대중화다. 칼 세이건의 부모는 미국에 이민 온 우크라이나 출신의 유대인이었지만, 그는 유대교에 치우치지 않고 오히려 불가지론자였다. 마치 프랑스 영화배우처럼 잘생긴 외모 덕에 평생 세 번 결혼했고, 코넬 대학교에서 후진을 가르쳤으며, 다수의 NASA 탐사선 계획에도 참여했다. 그는 소설 작가이기도 했는데 그의 작품 '콘택트'는 나중에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는 자신의 소설이 영화화되기를 학수고대했는데 그가 죽은 다음 해에 개봉된 동명의 영화 '콘택트'는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평소 외계 지적생명체의 존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전파망원경을 이용한 SETI(외계 지적생명체 탐사)에 깊이 참여하였고 그런 주제로 쓴 작품이 ‘콘택트’였다. 그의 책 제목이기도 한 '창백한 푸른 점'은 우리 지구를 가리키는 말이다. 칼 세이건이 참여한 보이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보이저 1호가 지구에서 약 61억km 떨어진 곳을 날고 있던 1990년, 갑자기 그가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서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잘못하면 강한 태양 광선 때문에 섬세한 광학 기계가 망가질 수도 있어서 반대가 심했지만, 그가 고집을 부려서 결국 사진을 찍어서 지구로 전송했다. 수성과 화성은 빠졌지만 마침 지구를 포함해서 태양계의 여섯 행성을 한꺼번에 앵글에 담을 수 있었는데 나중에 사람들은 이 이미지를 가족사진이라고 불렀다. 당시 보이저 1호는 지금은 왜소행성으로 분류된 명왕성 궤도를 막 지나치는 순간으로 아직 태양계도 빠져나가지 못한 때였지만, 그런데도 지구는 아주 조그만 점으로 보였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창백한 푸른 점’에서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 것 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고 술회했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호에는 칼 세이건이 제안해서 만든 골든 레코드라는 것이 실려있었는데 이 음반의 원이름은 THE SOUNDS OF EARTH(지구의 소리)다. 구리로 만든 12인치 LP판으로 표면에 금박을 입혔기 때문에 골든 레코드라고 불린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을 포함해서 지구상에서 사용하는 55개국 언어의 인사말이 녹음되어 있고 인류의 모든 것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외계에 존재할지 모르는 지적 생명체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칼 세이건은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보이저호는 지금도 영원 속으로 날고 있고 그의 천문학 분야에 대한 업적은 아무리 얘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세이건 외계 지적생명체 보이저 계획 과학 기술